이미자 대표곡의 씨앗 된 흑산도 어린이들의 서울방문 | 천사섬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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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대표곡의 씨앗 된 흑산도 어린이들의 서울방문 | 천사섬신안
  • 레츠고신안
  • 승인 2019.12.0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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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봄, 박춘석과 정두수가 서울 충무로의 한 다방에서 만났다. 각각 지구레코드사 전속 작곡가, 작사가인 둘은 이 다방에서 늘 새로운 곡을 의논했다. 이날 박춘석은 느닷없이 ‘007가방’에서 신문을 끄집어 내 정두수에게 들이밀었다. ‘흑산도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소원, 서울 수학여행 이뤄지다’라는 기사가 사회면에 실려 있었다.

내용인 즉, 흑산도 어린이들이 방학을 이용해 서울을 가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풍랑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 소식을 들은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해군 본부에 연락해 군함을 보냈다. 군함의 도움을 받아 서울까지 온 흑산도 어린이들은 청와대를 방문해 학용품을 선물로 받았다.

 

“흑산도 아가씨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만듭시다. 물론 가수는 이미자로 정하고…” 신문기사에서 영감을 얻는 작곡가는 ‘흑산도 아가씨’라는 키워드를 작사가에게 제시했다. 작사가는 흑산도가 주는 ‘검은 뫼섬’의 이미지에다 그리움에 애타는 ‘여인의 한’을 떠올렸다. 바닷가에서 자라고 섬에 자주 가본, 소년 시절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서 보낸 정두수의 경험이 ‘흑산도 아가씨’ 노랫말을 쓰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 아득한 저 육지를 /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가사가 나오자 박춘석은 피아노 앞에서 밤을 새우며,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며 ‘흑산도 아가씨’를 작곡했다. 피우던 담배를 그만 피아노 건반에 버려두었다. 그것도 여러 개비를…, 그러자니 이 노래처럼 ‘흑산도 아가씨’도 검게 타고, 하얀 건반도 검게 타고, 오선지와 박춘석의 가슴도 검게 타버렸다.

 

1966년 발매된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앨범 표지
1966년 발매된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앨범 표지

 

이미자는 ‘흑산도 아가씨’의 히트로 1966년 MBC 10대 가수에 선정되었다. 이후 ‘흑산도 아가씨’는 이미자의 베스트앨범 등에 빠지지 않고 수록됐다. ‘흑산도 아가씨’를 만들고나서부터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라는 황금트리오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이 노래를 주제곡 삼아 1969년 영화 ‘흑산도 아가씨’(권혁진 감독)가 개봉됐다. 목포 출신 가수 남진과 광주 출신 배우 윤정희가 남녀 주연으로 등장한다. 1997년에는 신안군 흑산도에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졌고, 2012년에는 흑산도 아가씨 동상 제막식 참석을 겸해 이미자가 현지에서 공연했다.

 

흑산도 예리항 방파제 가는 길 입구에 서 있는 흑산도 아가씨 동상
흑산도 예리항 방파제 가는 길 입구에 서 있는 흑산도 아가씨 동상
1977년 흑산도 상라봉에 세운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1977년 흑산도 상라봉에 세운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유튜브 검색창에 ‘흑산도 아가씨’를 넣으면 수많은 버전의 ‘흑산도 아가씨’를 만나볼 수 있다. 대략 50년 전의 젊은 이미자의 공연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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